구구 입양 기록 2
구구는 광주 출신의 유기견이었고 광주 보호소에서 보호중이었다. 말그대로 기차를 타고 산넘고 물건너서 만나러 갔다!
아무래도 장거리 이동이라 걱정이 많이 됐다. 필수 용품도 열심히 준비해갔는데 대충 이렇다.
하네스 (혹은 목줄. 사이즈를 미리 알려주셨다), 이동장, 리드줄, 배변봉투, 여행용 물그릇, 간식, 그리고 혹시라도 실수할 때를 대비한 배변패드와 물티슈.
강아지와 기차를 탄다는게 어떤건지 상상이 안되어서 주변에 열심히 물어봤다.
나 : 기차 안에서 계속 짖고 오줌싸서 바닥이 물바다 되면 어떡해?
맨날 짖는 진돗개 키우는 친구 : 보통은 무서워서 못 짖는데 기차에서 그렇게까지 하면 보통 성깔은 아닌거니까 받아들여.
근데 막상 갔더니 조그만 강아지가 조용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넌 누구야? 눈빛)
상황을 들어보니 시골 공단 근처를 며칠째 혼자 떠돌아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대형견 두마리를 키우던 동네 주민분이 구조해서 마당에 데리고 계시다가 보호소까지 직접 안고 오셨다.
누군가 키우다 버린건가 하고 속상해했는데 시골에는 그런 식으로 태어나서 떠돌아다니는 개가 워낙 많다고 한다.
유기견은 5개월 정도만 되어도 입양이 잘 안되어서 아무래도 평생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으셨는데 누군가 연락이 오고, 심지어 서울에서부터 데리러 온대서 놀라셨다고 한다. 나중에 느끼게 된 건데 구구에게 가장 중요할 시기에 구조자님이 이미 앉아, 기다려등의 교육을 다 해두셨고, 이 때 같이 지낸 형님 강아지들 덕분에 사회성까지 기르고 우리집으로 오게 된 셈이었다. 편견처럼 유기견은 무작정 기르기 어렵거나 사회성이 없는 애들이 아니다 ㅜㅜ
헤어질 때 무척 아쉬워하셨던 구조자님이 생각난다. 감사합니다.
TMI : 동틀 때 마주쳐서 동동이라고 부르고 계셨다는데 보호소 강아지들중에 이미 다른 동동이가 있어서... 😢임의로 동길이라는 예명으로 공고가 올라갔다고 하셨다. (동동 aka 동길)
그래서 구구의 풀네임은 구구 동동 동길 크러스터이다.
새 이름은 털 색깔이 구구 아이스크림 같아서 그렇게 지었다.